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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호2003년 [시-김춘만] 우물 속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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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810회 작성일 05-03-28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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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 속의 꽃


두레박을 타고
우물 속으로 내려갔던 기억
온 동네가 한 우물 먹고살던 시절
동네 사람 다 모여 우물 청소하는 날
사내아이는
마지막으로 샘구멍을 파내었는데
손이 시렸네.
올려다 본 하늘에 얼굴들은
꽃송이처럼 붉었고.

수도가 놓여지고
누구도 우물물을 퍼오지 않게 되자
찬 기운 서려있던 우물 속은
이끼가 끼기 시작했고
손길이 닿지 않는 샘구멍은
줄어들기 시작했네.
조상처럼 받들던 우물에 대한 은혜를 잊은 채
우리가 우물 청소를 하지 않는 동안.

우물가에서
우려내던 썩은 감자들과 도토리냄새
안개처럼 마을을 감싸던
그런 어른들 모두 떠나고
마음 한 구석 묻혀있던 우물이 있어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네.
붉은 꽃송이 몇 개
아직도 그 속에 피어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