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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호2003년 [시-박명자] 거친 섬에 갇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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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699회 작성일 05-03-28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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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섬에 갇히다


지금은 깊은 겨울 영하의 기류가 파도치고
나는 해종일 거친 섬에 갇혀있다
모든 호흡들이 동결된 지금은 빙하기
여기는 이메일도 핸드폰도 통하지 않는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얼음벽, 고드름
돌아눕는 내 곁의 어둠도 굳어버렸다
잇발을 세우는 파도 파도만 살아있다

절대 침묵과 같이 있는 여긴 절해의 고도
내 손을 잡아주는 온기 하나 없는 모두가 이방인
하늘의 운율도 얼어서 스톱 모션
누구도 나의 침묵을 노크하지 않았다

덧없는 시간의 물비늘을 거두어 나는 나를 밀어뜨린다.
전원조차 내린다
거친 섬에 스스로를 깊이 가두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