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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호2003년 [시-박명자] 흙의 생명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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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1,443회 작성일 05-03-28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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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의 생명율


4月은 어김없이 묵밭을 건너와서 안으로 태엽을 감는다
그리고 젖은 손으로 흙의 이마를 건드린다
언제까지 잠들어 있을 거냐고....
잔잔한 4월의 리듬이 에테르처럼 흙속에 퍼져 나간다.

지나간 겨울밤 말이란 말 모두 고독 밑에 얼어붙어서
얼음꽃으로 찬란히 빛나던 밤에 흙은 귀먹고 눈물 삼키고
차운 돌 위에 무릎 끓었더니
전 생애 다 바쳐 사랑하겠노라 옷자락 붙잡고
눈물의 맹세를 건네더니 4月아침 드디어 흙들은 잔잔히
흥분을 밀어 올린다.

저만의 자페공간 속에 묻어 둔 말을 흔들어 은유의 실타래를
반짝반짝 풀어헤치다가 신비의 베일을 창에 햇살무늬로
걸어 놓는다

흙은 단순히 긴 겨울 잠 속에 떨어진게 아니었다
내면에 귀 기울이고 안으로 안으로 절절한 기도를 편집하고 있
었구나
그리하여 밭 모퉁이에는 여러 해만에 새 생명들이 빛을 응시하
면서
페달을 밟고 행렬을 짓는다. 그리고
겨울밤 두꺼운 침묵도 하나의 절절한 사랑의 기호임을 우리에
게 알린다.
드디어 흙은 펜촉보다 강한 메시지를 밀어 올렸다
그것은 4月의 함성보다 힘차고 날카로웠다

흙은 그리하여 침묵을 깨우면서 지구 모퉁이에 푸른 숨결을
여기저기
불어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