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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호2002년 [동화-이희갑] 과학이주제가된유아동화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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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466회 작성일 05-03-24 15:00

본문

*과일
예쁜 색을 가지고 싶어요

1
나무도 풀도 열매도 모두 초록색인
과수원이 있었어요.
어느 날
“윙윙, 윙윙”
노란 꿀벌이 날개를 바르르 떨며 날아왔어요.
“모두가 초록색이구나. 꽃은 어디에 있지?”
“꽂을 찾아야 꿀을 얻을 수 있는데.”
꿀벌은 지쳐버렸어요.
“아이고 날개 아파.”
초록 과일들이 사는 풀 숲 사이로
꿀벌은 주저앉고 말았어요.

2
“어머머머, 꿀벌이 지쳤구나.”
높은 나뭇가지 위에서 소리가 들렸어요.
“음- 너 포도구나.”
꿀벌은 얼굴을 쳐들면서 말했어요.

포도는 높은 나뭇가지를 휘휘 덩굴손으로 감고
주렁주렁 달린 초록 송이를 늘어뜨린 채
놀란 얼굴로 꿀벌을 내려다보았어요.

3
“꿀벌아, 포도를 쳐다보면 고개가 아플 거야.
내 옆에 와서 잠시 쉬어”
꿀벌이 누워있는 옆에서 소리가 들렸습니다.
“넌 누구니?”
꿀벌은 밭 위에 딩굴딩굴 굴러다니는
초록 덩어리를 보았어요.
“난 수박이야.”
“수박? 이상해. 덩굴손이 있으면서
왜 주렁주렁 달려있지 않는 거니 ?”
“응, 난 땅위서만 살아.”
“참 안됐다. 매일 흙을 묻혀 몸이 더럽겠구나.”
꿀벌의 말에 수박은 기분이 나빴어요.

4
“꿀벌아, 수박이 널 편히 쉬라고 불렀는데
그렇게 놀리면 어떡하니?”
커다란 수박의 잎사귀 뒤에서
또랑또랑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어요.
“누구니? 수박 잎에 가려서 안 보이잖아.”
꿀벌이 파르르 날개 치며 얼굴을 두리번거렸어요.

5
그러자 옆에 서있는 커다란 나무에서
상큼한 노래 소리가 들려 왔어요.

“다 보인다. 다 보인다.
이곳에서 내려보니
잘 보인다. 잘 보인다.”
포도가 소리를 꽥하고 질렀어요.
“사과야. 좀 조용히 해. 수박이 화났단 말야.”
“난 즐겁게 노래 부르고 싶은데.”
자그마한 사과 열매는 입을 삐죽거렸어요.

6
“화가 난 친구가 있으면 달래 주어야지
혼자서 신나게 노래를 부르면 어떡하니?”
이번엔 사과나무 옆에서 몸을 흔들거리던 나무가
굵다란 목소리로 말했어요.
사과는 미안한지 잎 속으로 얼굴을 숨겼어요.
“어, 넌 또 누구니?”
꿀벌이 알 수 없다는 듯이 머리를 갸우뚱했어요.
“난 배야. 배나무에 달리는 과일이지.”
자그마한 초록 배는 잠이 오는지 눈을 비비며 말했어요
“뭐가 보인다는 거니?”
“참외가 보여. 수박 잎 뒤에서 말 한 건 참외야.”

7
“참외 였다구?. 하지만 참외 말이 맞아.
수박에게 말을 잘못한 건 사실이니까.”
꿀벌은 정말 미안한지 애앵 애앵 시끄럽게 굴었어요.
“수박아, 내 말에 마음 아팠지? 미안해.”
꿀벌이 수박의 손을 잡자 수박은 환하게 웃었어요.
초록 과일들도 모두 기쁘게 웃었어요.

8
“꽈르릉 쾅쾅!”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천둥이 무섭게 쳤어요.
“쏴악- 쏴악-”
굵은 빗방울이 마구 떨어졌어요.
“꿀벌이 큰일났어.”
과일들이 꿀벌을 걱정했어요.
“여기 들어와, 꿀벌아.”
수박은 커다란 잎을 활짝 벌렸어요.
“수박아 정말 고마워.”
꿀벌은 수박 잎 속에서 소나기를 피했어요.

9
소나기가 그치자 무지개가 나타났어요.
“어머, 저 하늘 좀 봐, 알록달록 빛깔이야.”
초록 복숭아가 뽀송송한 얼굴로 말했어요.
“와! 정말.”
과일들은 모두 하늘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어요.
무지개는 하늘 위에 커다란 다리를 놓았어요.
“우리도 예쁜 색깔을 가지고 싶어.”
과일들은 초록색뿐인 자기 몸을 보고
무지개를 부러워했어요.

10
팔랑팔랑, 팔랑팔랑
알록달록 아름다운 색깔의 나비들이
마구 날아오르고 있었어요.
“어! 너희들 어디서 나타난 거니?”
과일들은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어요.

“과일들아, 안녕.
고마워. 너희들 잎 속에서 소나기를 피했어.”
“그래? 소나기 때문에 너희들을 못 봤어.”
나비들은 과일들에게 고마워했어요.

11
초록 과수원은 무지개와 나비들의 색깔로
아름다운 색의 나라가 된 것 같았어요.
“우리도 예쁜 색깔을 가지고 싶어.”
과일들은 아롱다롱 나비들을 보고 부러워했어요.
몸을 말린 나비들과 꿀벌은 작별 인사를 했어요.
“맑은 이슬을 먹어 보세요.
밝은 해님을 바라보세요.
자기 맡은 일 잘 해 보세요.
나비들은 노래를 부르며 떠났어요.
“꿀처럼 맛 나는 과일이 되세요.”
꿀벌도 인사하고 떠나갔어요.

12
다음 날부터 과일들은 열심히 일했어요.
이슬도 잘 먹고
햇볕도 잘 쬐었어요.
“잘먹고 잘 자고 열심히 일하자.
잘먹고 잘 놀고 통통히 살찌자.”
과일들은 무럭무럭 자라나기 시작했어요.
색깔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몸 속엔 맛 나는 향기가 샘솟듯 솟아났어요.

13
이제 초록 과수원은 사라졌어요.
과일들의 몸이 여러 가지 색깔로 변해 버렸기 때문이지요.
새콤 달콤 빨간 사과 대롱대롱 열리고
달콤 시큼 보라 포도 송이송이 달리고
시원 달콤 누런 배는 주렁주렁 열리고
달작 지근 노란 참외 딩굴딩굴 달리고
시큼 새콤 복숭아는 초롬초롬 열렸네.
과일들은 저마다의 색깔과 맛으로 자라났어요.
과일들은 해님과 이슬에게 감사했어요.
꿀벌과 나비들에게도 감사했어요.

14
그런데, 수박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꿀벌을 다정스럽게 대해 준 마음 넓은 수박은
초록 마을을 지키기 위해
더욱 진한 초록빛 과일이 되었답니다.
해님은 수박의 마음 속에
해님 모습을 담아 주었고
수박은 커다란 해님을 안고
이리 딩굴 저리 딩굴 밭으로 굴러다녔지요.
모두모두 씩씩하게 자라고
열심히 노력하던 과일들은
고운 색깔과 향기 좋은 맛을 지닌 채
과수원에서 행복하게 지냈습니다.


*바람
개구쟁이 씽씽이

1
동물들이 사는 마을 한 끝에
개구쟁이 바람 씽씽이가 살고 있었어요.
씽씽이는 날마다 골목길을 헤집고 다니며
말썽을 부렸어요.
씽씽이가 지나가면 골목길은
뽀얀 먼지로 앞을 볼 수 없을 지경이어요.
집집마다 창문들은 모두 덜컹덜컹 소리내었지요.

2
“콜록 콜록, 콜록 콜록”
동물 아저씨들이 기침을 하며 몰려 왔어요.
“앙앙앙 앙앙앙”
동물 아줌마들이 우는 아기를 업고 몰려 왔어요.
“씽씽이가 먼지를 일으켜 살수가 없어.”
“씽씽이가 창문을 흔들어 아기들이
잠을 잘 수가 없어.”
씽씽이 엄마는 고개를 들지 못했어요.

“미안합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3
“이 녀석, 들어오기만 해봐라.”
씽씽이 엄마는 화가 많이 났어요.
“씽씽아, 야! 씽씽아.”
씽씽이가 마당에서 놀고 있었어요.
무서운 얼굴을 한 엄마를 보고 씽씽이는
달아나 버렸어요.
‘히히히, 혼내주려고 부르는 걸 누가 모를 줄 알고.’
씽씽이는 들판에 들어 누워 풀잎을
질근질근 씹었어요.

4
씽씽이는 심심해졌어요.
밭에서 일하는 황소 할아버지가 보였어요.
씽씽이는 얼른 다가가 바람을 휙 일으켰어요.
“어이쿠, 내 모자.”
황소 할아버지는 날아가는 모자를 잡으려고
팔을 휘저었어요.
예쁜 양산을 쓰고 가는 여우 아가씨가 보였어요.
씽씽이는 얼른 다가가 바람을 휙 일으켰어요.
“어머나, 내 양산.”
여우 아가씨는 뒤집혀진 양산을 보고
울상을 지었어요.

5
동물들이 다시 몰려왔어요.
씽씽이의 심술 때문에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씽씽이네 집 앞에서 큰 소리로 떠들었어요.
“씽씽이 때문에 일을 할 수 없어.”
“농사를 지을 수 없어.”
“물건을 들고 다닐 수 없어.”
“씽씽이는 나쁜 버릇을 고쳐야 해.”
“심술쟁이는 혼나야 해.”
씽씽이 엄마는 한 번만 용서해 달라고
손을 싹싹 비비며 머리를 숙였어요.

6
씽씽이 엄마는 자리에 드러눕고 말았어요.
“음- 음-”
엄마는 너무 속이 상해 신음 소리를 내었어요.
“내가 어딜 가야지. 엄마 말도 안 듣는
아들하고 살면 뭘 해.”
엄마는 눈물을 흘렸어요.
씽씽이는 엄마가 우는 걸 보니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어요.

7
아침에 눈을 뜬 씽씽이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어요.
“어?”
부엌에도 화장실에도
엄마가 보이질 않았어요.
앞마당에도 뒤뜰에도
엄마가 보이질 않았어요.
‘엄마가 정말 가버렸나 봐.’
씽씽이는 주저앉아 엉엉 울고 말았어요.

8
씽씽이는 엄마를 찾아 나섰어요.
이젠 말썽 피우지 않고 착한 아들이 되겠다고
엄마에게 말하고 싶었어요.
씽씽이는 들판을 지나 언덕을 넘었어요.
엄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어요.
씽씽이는 바닷가까지 달려갔어요.
바다에는 돛단배 한 척이 떠 있었어요.
“으싸 으싸, 아이고 힘들어.
바람이 불지 않으니 배가 가질 않아.”
너구리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노를 젓고 있었어요.

9
씽씽이가 다가갔어요.
“아니, 저 저건 씽씽이 아냐?”
너구리들은 씽씽이를 보고 두려워했어요.
“큰일났다. 심술 부리면 어떡하지?”
씽씽이는 싱긋 웃더니 돛단배 뒤로 갔어요.
“씨- 잉”
씽씽이가 바람을 일으키자
돛단배는 쑥쑥 앞으로 나갔어요.
“씽씽아, 고맙다.”
너구리들은 기뻐했어요. 씽씽이도 마음이 상쾌했어요.

10
“아휴, 날개가 너무 아파.”
어린 갈매기가 힘들게 날개를 퍼득이며 날고 있었어요.
“갈매기야. 어딜 가니?”
씽씽이가 다가가서 말했어요.

“섬으로 가는 중이야. 가족들이 거기에 있어.”
“엄마가 기다리고 있니?”
“응, 빨리 가야하는데 날개가 너무 아파.”
“내 등에 올라타 봐.”
씽씽이는 어린 갈매기를 태우고 섬까지 날아갔어요.
갈매기 가족들은 씽씽이에게 고맙다고 인사했어요.
씽씽이의 마음도 아주 기뻤어요.

11
갈매기 가족과 헤어져 오는 길에
다람쥐 형제들을 만났어요.
다람쥐 형제는 바람개비를 가지고
뛰어다니고 있었어요.
씽씽이는 바람을 “씨- 잉”하고
불어주었어요.
“야, 바람개비가 잘 돈다.”
다람쥐 형제는 아주 신났어요,
“바람아, 고마워.”
다람쥐 형제들이 손을 흔들었어요.
씽씽이는 참 기뻤어요.

12
씽씽이는 심술보단 남을 돕는 일이
이렇게 기쁜 줄 미처 몰랐어요.
씽씽이는 열심히 바람을 일으켰어요.
빨래를 말려주니 아줌마들이 고마워 했어요.
일하는 아저씨 이마에 흘린 땀방울을 씻겨주니
고마운 바람이라고 했어요.
꽃향기를 퍼트려 주었다고

꽃들이 아주 기뻐했어요.

13
씽씽이는 피곤해지기 시작했어요.
집에 돌아가고 싶었어요.
갑자기 엄마 생각이 더 났어요.
“엄마. 어디 계세요?”
씽씽이는 울먹거렸어요.
씽씽이가 몸을 일으켜 날아가려는데
“바람아, 나 좀 데리고 가 주면 안 돼?”
하고 꽃씨가 말했어요.
“난 섬보다 큰 육지에서 살고 싶어.”
씽씽이는 꽃씨를 산기슭까지 옮겨 주었어요.

14
“씽씽아, 여기서 뭘 해. 엄마가 찾고 있는데.”
지나가던 잠자리가 말했어요.
“뭐, 엄마가?”
씽씽이는 있는 힘을 다 해 집으로 달려갔어요.
“엄마!”
“씽씽아, 내 아들아.”
엄마는 씽씽이를 부등 켜 안았어요.
“어딜 갔었니? 엄만, 앞 집 할머니께 밥 해드리고 왔는데.”
씽씽이는 대답대신 눈물을 닦으며 웃었어요.
“엄마, 이젠 착한 바람이 되겠어요.”
“그래. 엄만 널 사랑해.”
엄마는 더 꼬옥 씽씽이를 안아 주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