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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호2003년 [시-박명자] 나무들의 명상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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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772회 작성일 05-03-28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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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들의 명상 프로그램


8월의 정오, 태양이 직각으로 떨어져 눈부신 시각
설악산 백담사 만해 마을 이르면
허우대 좋은 나무들이 제각기 명상 프로그램을 짜고 있다

마음의 벽을 허물고 나무의 손을 잡으면
몸은 어느새 접목되고 나무가 그리는 무지개보다 고운
그래픽 속을 소롯이 지나게 된다.

돌연히 하늘 높이 올려 딛는 누군가의 청아한 음계
녹음이 차려준 잔칫상 앞에서
어지럼증 일으키는 나는 차라리 한 마리 눈먼 짐승.....

바람이 한차례 숲을 뒤엎고 나서 문득 고개 들면
수많은 느낌표들이 금조각 은조각으로 빛부시구나!

오래 산 나무들은 몸통을 어디로 인지 숨기고
엷은 생각의 잎새들만 설악의 하늘 가득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