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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호2003년 [발간사-강호삼] 문학 이전에 인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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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978회 작성일 05-03-28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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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이전에 인간이!


주차해 놓은 승용차 지붕 위에 은행잎이 수북히 떨어져 쌓였다. 계절
은조금도유예없이가을의끝자락에서곤두박질치듯겨울로달려가고
있는느낌이다. 속초에서「갈뫼」의편집이끝났다는소식을전해왔다. 매
년이맘때「갈뫼」를발간했다. 햇수로는34년이지만그동안한번의결
간이있어이번발간이33집이다.
사람의나이로치면한창장년기로접어든셈이다. 많은사람들이이
「갈뫼」동인지를 거쳐 문단에 등단했고 그리고 여러 가지 이유로 동인
들을 뒤로하고 떠났다. 개중에는 심심하지 않게 신문에 사진이 오르내
려, 일견출세한것같이보이는사람도있다. 그들이한때「갈뫼」동인
이었었다는 점에서 반갑고 대견한 것만은 사실이다.
모든예술활동이그러하듯이문학도인간을배제하고는성립할수없
다. 가장인간적인길을열어나가자고하는것이문학하는사람의목표
라는 생각을하면서, 주위의 염량세태만큼이나삭막해지는문학풍토가,
옷속을파고드는추위보다더마음을쓸쓸하게한다.
이제필자도어쩔수없이덧없이보낸나이를의식하면서34년동안의
동인지「갈뫼」를 발간해 오는 동안 물심양면으로 오늘의 설악문우회를
이끌었던사람들의면면을떠올리게된다. 동인지「갈뫼」의한가운데전
임 회장을 지내신 윤홍렬 선생이 있다. 연세 높으신 데도 불구하고 지금
도모임에빠지지않으시는선생의문학에대한열정에저절로머리가숙
여질뿐이다. 이러한선생의뜻을이어, 그자제분의재정적지원은참으
로뜻깊고고마운일이다.
이제「갈뫼」동인지도좀더새롭게가다듬어야할때가되었다. 34살
의청장년의패기라면무엇이던못할것이없으리라는생각이다. 문학의
궁극적목적이가장인간다운인간의길이무엇인지를천착해나가는것
이라면, 먼저 우리 스스로 가장 인간답도록 얼룩지고 구겨진 마음을 닦
아야될것이라는생각을해보면서눈을들어창밖을본다. 낙엽진노란
은행잎이지천이다.

<2003년11월늦은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