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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호2000년 [동화-이희갑] 혼자 노는 괭이 갈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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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3,013회 작성일 05-03-31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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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이 주제가 된 동화모음 네번째이야기
혼자 노는 괭이 갈매기

하루종일 하얀 파도가 넘실거리는 작은 섬이 있었습니다. 그 섬에는 아주
많은 갈매기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날개빛이 유난히 하얀 괭이갈매기가 나타났습
니다.
“얘, 저애 누구니?”
섬 갈매기들은 갑자기 나타난 괭이갈매기를 보고 궁금해 하였습니다.
“정말 잘 생겼다.”
“친구하고 싶어.”
섬 갈매기들은 뾰족 바위에 혼자 앉아 꼬리를 까닥거리고 있는 괭이갈매
기를 부러운 듯이 쳐다보았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꾀재재한데 잰 어쩜 저렇게 멋쟁이로 보일까?”
“왕자 갈매기가 아닐까?”
섬 갈매기들은 씩씩해 보이는 괭이갈매기를 보고 수근수근 거렸습니다.
그 괭이갈매기는 하루에 한 번 꼭 섬 갈매기들이 있는 곳에 왔다가 가곤
하였습니다. 그럴 때마다 섬 갈매기들은 친해 보려고 괭이갈매기에게 다가갔
습니다. 하지만 괭이갈매기는 언제나 달아나 버리곤 하였습니다.
“정말 이상한 괭이 갈매기야.”
섬 갈매기들의 궁금증은 더욱 커져 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괭이갈매기는 다른 날과 마찬가지고 뽀족바위
위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한참 동안 온 몸을 비틀기 시작하더니

부리를 하늘로 올렸다 내렸다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더니 금방이라도 넘어지
려는 듯이 비실비실 거렸습니다.
섬 갈매기들은 모두 놀랐습니다. 늘 당당하고 건강하던 괭이갈매기에서
그런 모습을 본 다는 건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어디에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 괭이 갈매기인가?”
이제 섬 갈매기들은 괭이갈매기가 사는 곳이 궁금했습니다.
“내가 한 번 따라가 봐야지.”
섬 갈매기 가운데 제일 날갯짓을 잘하는 흰눈갈매기가 나섰습니다.
괭이갈매기가 하늘 높이 올라가다가 날갯짓을 멈추었습니다. 그러자 괭이
갈매기의 몸은 힘없이 내려앉고 맙니다.
‘분명히 저 괭이갈매기는 어디가 아픈게 틀림없어.’
흰눈갈매기는 흐느적 거리며 날고 있는 괭이갈매기의 뒤를 조심스레 따
라갔습니다.
수평선 너머에 커다란 섬이 있었습니다. 괭이갈매기는 그 곳에 내려앉았
습니다. 그리고 바닷가가 보이는 언덕 위로 뒤뚱거리며 걸어갔습니다.
바닷가에는 수많은 괭이갈매기들이 있었습니다. 모래밭에서 몸을 말리는
갈매기, 파도 타기하는 갈매기, 고양이 울음소리를 내며 서로 친구를 부르는
갈매기.
그 곳은 괭이갈매기들의 세상이었습니다.
섬 갈매기는 언덕 아래로 휘익 날아 바닷가로 내려 갔습니다.
“넌 누구니?”
갑자기 나타난 흰눈갈매기를 보고 괭이갈매기들은 경계의 눈빛을 던지며
흰눈갈매기를 에워싸기 시작했습니다.
“난, 저 수평선 너머에 있는 흰눈갈매기야.”
“그런데 여긴 왠일로 왔니? 그것도 혼자서 말이야.”
점점 조여 오는 괭이갈매기들의 눈빛이 심상치 않았습니다. 흰눈갈매기는
얼른 고개를 위로 제끼며 언덕 위를 가리켰습니다.
“난 저 괭이갈매기를 따라왔어. 하도 이상해서 말이야.”
괭이갈매기들의 눈길은 언덕 위를 따라 올라갔습니다.
“아, 쟤? 쟤 이름은 눈돌이인데 우리는 눈돌이를 친구로 생각하지 않아.”
괭이갈매기들의 말은 쌀쌀했습니다.

“쟨, 아주 욕심쟁이야. 또 자기 것만 아는 지독한 고집쟁이거든.”
흰눈갈매기는 친구들이 눈돌이를 왜 그렇게 말하는지 이유를 들었습니다.
작년 어느 날이었습니다. 괭이갈매기들은 커다란 태풍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육지로 잠시 피하기로 했습니다. 괭이갈매기들이 머문 곳은 자그마한
어촌의 뒷산이었습니다. 어촌은 자그마했지만 먹이가 풍부했습니다. 그러자
몇몇 괭이갈매기들은 태풍이 지가나도 어촌에 그냥 머물러 있자고 했습니다.
그 때 가장 어른인 흰주름갈매기가 말했습니다.
“안된다. 여기는 예상치 못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지도 모르는데 덮어놓
고 살겠다고 하면 큰 일나는 거야. 우리는 우리 섬에서 살아야 한다. 우리 섬
의 먹이가 이 곳보다는 맛없고 영양이 없다고 해도 우린 이제까지 잘 살아왔
단다.”
태풍이 지나가고 괭이갈매기들은 다시 섬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눈돌이만
은 어촌에서 맛있는 먹이를 먹던 일을 잊지 못했습니다. 어느 날인가부터 눈
돌이는 수평선을 두 개나 넘는 어촌으로 혼자 먹이를 찾으러 가기 시작했습
니다.
그래서 눈돌이는 수평선 하나 너머에 있는 섬 갈매기들의 섬에 잠시 쉬다
가 가곤 했던 것입니다.
눈돌이의 이상한 행동을 알고 친구들이 말리고, 어른들이 말렸지만 소용
이 없었습니다.
“내가 내 날개를 움직여 가는데 왜 간섭들이예요.”
눈돌이는 이렇게 우기며 누구의 말도 듣지 않았습니다. 그리곤 혼자 어촌
에 가서 맛있는 먹이를 먹었습니다. 영양가 많은 먹이를 먹은 흰돌이는 남들
보다 더 키가 크고 날개도 커져갔습니다. 눈돌이는 으스대며 친구들 보고 용
기도 없는 녀석들이라고 비웃었습니다.
이 말을 들은 흰눈갈매기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 어촌은 아주 위험한 곳인
걸 흰눈갈매기는 언젠가 어부들의 배 위를 날다가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봐, 이제 이 어촌은 다 죽어가게 생겼어. 광산에서 흘러내려 온 수은이
물고기와 조개를 오염 시켰단 말이. 글쎄 그걸 먹은 어촌 사람들이 중독이 되
어 말도 못하고, 미친 사람마냥 정신이 없다가 하나씩 죽어 가고 있다고 하잖
아.”
“그럼, 들었지.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과 새들로 수은 중독이 되어 죽어간

다고 하던데. 아마 그 병을 미나마타 병이라고 하지.”
흰눈갈매기는 즉시 섬 갈매기들에게 달려가 그 어촌 부근에서는 절대 먹
이를 먹지 말라고 말했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눈돌이는 이미 수은에 중독된 것 같네요.”
그때 흰눈갈매기는 언덕 위에서 눈꺼플이 자꾸 내려 앉고 더 이상 제대로
서 있지 못하여 비틀거리는 눈돌이를 보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말을 안듣고 혼자만 놀더니만----.”
괭이갈매기들도 슬픈 표정을 지으며 눈돌이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