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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호2000년 [동화-이희갑] 각시붕어의 슬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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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856회 작성일 05-03-31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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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이주제가된동화모음 첫번째이야기
각시붕어의 슬픈 이야기


“얘들아! 저 물풀 아래에 가보자.”
“안돼, 그런 곳에는 커다란 메기가 있어. 우릴 보기만 하면 와락 달려들어
잡아먹는단 말이야.”
“치, 넌 아직도 모르고 있었니?”
“뭐가?”
“메기는 여길 떠났어. 너무 물이 맑아서 먹이가 잡히질 않는데. 그래서 냇
물 아래로 가버렸어.”
“그렇구나. 냇물 아래에는 물이 흐려서 메기가 몸을 숨기기엔 아주 좋겠구
나. 난 그것도 모르고----”
작은 송사리들이 떼를 지어가며 조잘조잘 시끄럽게 떠들었어요.
엄마 각시붕어는 송사리들 때문에 가슴이 마구 뛰었어요.
“저 녀석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떠들고 가니 ---.”
엄마 각시붕어는 투덜대었어요. 그리고는 모래 바닥 가까이로 헤엄을 치
며 왔다갔다 하였어요.
각시 붕어는 모래 위에 사는 조개 속에다 알을 낳는 성질이 있어요. 물론
조개 몰래 알을 낳는 거지요.
조개들은 아주 성질이 날카로웠어요. 그리고 신경도 무척 예민하고요.
만약 조개가 낮잠을 자는데 누가 시끄럽게 하거나 귀찮게 하면 큰 일나요.

화가 난 조개가 입을 꽉 다물어 버리는 날에는 정말 엄청난 사고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지요. 조개들이 입을 다물고 오랫동안 열지 않으면 조개 속에서
알이 잘못되는 걸 알지 못하게 되니까 엄마 각시붕어는 정말 안절부절 못하
게 되지요.
그래서 각시붕어는 조개 옆을 떠나지 못하고 있어요. 어쩌다가 잠깐이라
도 조개들이 입을 다물어 알이 보이지 않으면, 그 잠깐 동안은 엄마 각시붕어
에게 얼마나 불안한 시간이지 아무도 모를 거예요.
한참 떠들던 송사리들이 지나가자 냇물 속은 다시 조용해 졌습니다.
조개는 송사리들의 소리 따위는 귀담아 듣지 않았나 봅니다. 조개들은 여
전히 입을 열고 냇물의 맛을 보고 있었어요.
엄마 각시 붕어가 안심이 되는지
“뿌-”
하고 입 속에 담아놓았던 물을 뱉어 놓았습니다.
그 때, 아빠 각시붕어가 헤엄쳐 왔습니다.
“아직 아기들이 깨질 않았소?”
“오늘 쯤, 알들이 조개 속에서 깨어날 거예요. 그런데 송사리 녀석들이 얼
마나 떠들다 가는지 내 가슴이 내려 앉는 줄 알았다니까요.”
“벌써 우리 아기들이 나올 때가 됐나?”
엄마 각시붕어의 말을 들은 아빠 각시붕어는 눈을 꿈벅이며 말했습니다.
“그럼요, 이제 우리에게도 예쁜 아기가 곧 생기게 되요. 그러면 당신은 진
짜 아빠가 되는 거예요.”
“당신은 진짜 엄마가 되고?”
아빠 각시붕어는 기뻐서 앞 지느러미로 엄마 각시붕어의 몸을 슬쩍 쓸어
주었습니다.
“이젠 우리도 아기들과 행복한 가정을 이루며 살 수 있겠지요?”
엄마 각시붕어도 환하게 웃으며 아빠 각시붕어를 쳐다보았습니다.
“그럼. 이 곳으로 이사를 온 게 참 잘한 일 같아. 우리가 살던‘아래 냇물’
은 먹이는 많지만 아기들이 살아가기엔 너무 물이 더러웠지.”
아빠는‘아래 냇물’에서 살던 이야기를 하며 얼굴을 찌푸렸습니다.
“정말이예요. ‘아랫 냇물’에서는 머리와 허리가 아팠던 날이 많았잖아요.”
엄마 각시붕어도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습니다.

“앗! 저길 보세요. 우리 아기들이 나오고 있어요.”
엄마 각시붕어가 소리를 쳤어요.
“정말!”
아빠 각시붕어는 어느새 조개들에게로 달려갔어요.
조개 속에는 금방 알에서 깬 새끼 각시붕어들이 마구 쏟아져 나왔어요.
커다란 눈에 작고 깜직한 모습의 아기 고기들이, 몸을 한 번씩 뒤집을 때
마다 배에서 반짝거리는 빛이 아름다웠어요.
조개들은 이미 아기 각시붕어가 자라고 있는 줄 알았나 봐요. 아기 각시붕
어가 다 빠져 나갈 때까지 조개는 입을 벌린 채 기다려 주었어요.
“조개 님. 우리 아기들을 태어나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엄마, 아빠 각시붕어는 수없이 조개에게 인사를 하였어요.
조개도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렸어요.
엄마 각시붕어는 물풀 속으로 아기 각시붕어를 데리고 왔어요. 아빠 각시
붕어는 아기들을 보호하느라 뒤에서 따라오며 주위를 살폈습니다.
아기 각시붕어들은 살랑살랑 몸을 흔들며 엄마를 졸졸 따라다녔어요.
그 때였습니다.
“여, 여보. 우리 아기들의 몸이 이상해요.”
아빠 각시붕어의 놀란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어요.
“아니, 정말!”
엄마 각시붕어도 뒤돌아보다가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떴어요.
아기 각시붕어들 가운데는 몸이 이상하게 비틀어지고 뒤틀린 아기들이 많
이 있었기 때문이어요. 그뿐아니었어요. 한 쪽 눈밖에 없는 아기들도 보였어
요.
“내 아기들이 이런 모습이라니 어쩌면 좋아요.”
엄마 각시붕어가 막 소리내어 울기 시작했어요.
순식간에 물 속은 야단이 났어요. 냇물 속의 물고기들이 모두 모여들었
어요.
“어서 의사를 데리고 오세요. 원인을 알아야 해요.”
피라미가 큰 소리로 말했어요. 미꾸리가 얼른 달려가 의사를 데리고 왔
어요.
잉어 의사는 긴 수염을 휘날리며 달려왔어요.

“아니, 우리 동네에서 이런 일이 생기다니 어디 좀 봅시다.”
잉어 의사는 아기 고기를 모아놓고 일일이 돋보기로 아기들을 살펴 보았
습니다.
한참 뒤에 잉어 의사는
“아기들이 모두 중금속에 오염이 되었어요.”
하고 말했어요.
“아기들은 금방 이 냇물에서 태어났습니다. 이 냇물은 깨끗한 냇물이잖아
요. 그러니 중금속에 오염될 까닭이 없습니다.”
아빠 각시붕어가 다가 서며 말했어요.
“그러면 당신들의 몸이 오염이 된 거요. 당신들 오랫 동안 저‘아랫 냇물’
에 살았다면서요? 바로 그겁니다. 그 때 당신들 몸이 오염된 것입니다.”
“아니, 그럴수도 있습니까?”
“중금속에 오염되면 중금속은 몸 속에 그대로 남아있다가 자식들에게 옮
겨 지는 것입니다. 그러면 자식들은 기형아로 태어나게 됩니다.”
아빠와 엄마 각시붕어는 더 할말이 없었어요.
그리고 아기 각시붕어들이랑 행복하게 살려고 했던 꿈이 사라진 걸 알고
한없이 눈물을 흘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