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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호2000년 [시-채재순] 밤 고기 뜨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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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451회 작성일 05-03-31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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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고기 뜨러 간다


책도, 시도 잡히지 않는 저녁에는
밤 고기 뜨러 간다
가뭄에 바싹 야윈
개울물, 미끄러운 자갈돌
바람도 없다
산 그림자 내려앉자
개울 말소리 또랑또랑하다
돌 밑에 풋잠 든 물고기들,
첨벙첨벙 깨운다
몽롱한 나를,
들썩들썩 깨운다
꺽지, 제정신이 드는지
족대를 벗어나
분주히 여울물을 거슬러 올라간다
너무 오래,
무엇인가 거창하게 이 세상에 남겨야 한다는
그물 속에서 살아왔다
출렁출렁 고기 담아올 동이에
맑아진 내가 담겨 놀고 있다
시도, 책도 손에 잡히지 않는 날엔
나를 잡으러 앞개울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