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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호2000년 [시-지영희] 꽃분홍 블라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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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659회 작성일 05-03-31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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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분홍 블라우스


같은 말이라도 마음을 긁는 시어머니께
그래도 하는 생각에
꽃분홍 블라우스를 사다드렸다
심드렁하니 바라보는 눈 끝에
봄내가 동하는지
풍 맞은 어눌한 팔을 자꾸만 헛집어 넣으시길래
맘에 드세요?!
억지로 끼워 드린다.
귀신 '귀'자가 보이는 나이의 갑절이니
얕은 내 마음 따위이야
식은 죽 먹기라는 듯
옷을 벗으며
통장에서 꺼내 써라 하신다
부끄럽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해
고개 숙여 숟가락질 요란히 하다가
흘깃 곁눈질하는데 언제 입으셨는지
떨어진 반찬 국물
옷감이 미어지라 닦아내는 손끝에
진달래꽃이 폭폭 터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