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호2000년 [시-지영희] 꽃분홍 블라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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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분홍 블라우스
같은 말이라도 마음을 긁는 시어머니께
그래도 하는 생각에
꽃분홍 블라우스를 사다드렸다
심드렁하니 바라보는 눈 끝에
봄내가 동하는지
풍 맞은 어눌한 팔을 자꾸만 헛집어 넣으시길래
맘에 드세요?!
억지로 끼워 드린다.
귀신 '귀'자가 보이는 나이의 갑절이니
얕은 내 마음 따위이야
식은 죽 먹기라는 듯
옷을 벗으며
통장에서 꺼내 써라 하신다
부끄럽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해
고개 숙여 숟가락질 요란히 하다가
흘깃 곁눈질하는데 언제 입으셨는지
떨어진 반찬 국물
옷감이 미어지라 닦아내는 손끝에
진달래꽃이 폭폭 터지고 있었다.
같은 말이라도 마음을 긁는 시어머니께
그래도 하는 생각에
꽃분홍 블라우스를 사다드렸다
심드렁하니 바라보는 눈 끝에
봄내가 동하는지
풍 맞은 어눌한 팔을 자꾸만 헛집어 넣으시길래
맘에 드세요?!
억지로 끼워 드린다.
귀신 '귀'자가 보이는 나이의 갑절이니
얕은 내 마음 따위이야
식은 죽 먹기라는 듯
옷을 벗으며
통장에서 꺼내 써라 하신다
부끄럽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해
고개 숙여 숟가락질 요란히 하다가
흘깃 곁눈질하는데 언제 입으셨는지
떨어진 반찬 국물
옷감이 미어지라 닦아내는 손끝에
진달래꽃이 폭폭 터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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