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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호2000년 [시-지영희] 개미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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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538회 작성일 05-03-31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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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를 위하여


개미를 밟지 않으려고 뒤꿈치 들고 걷던
어린 시절로
오징어 다리 하나 던져
수많은 개미들을 불러
어린 딸 보는 앞에서 쓰레기통으로 던진다.
엄마, 개미는 죽여도 돼?

죠르쥬무스타키 음반 껍질 속에서
알을 낳고 오글오글 지낸 개미들을
10층 위에서 훨훨 털어 내며
그래도 너흴 죽이진 않았어.

홈 사이로 점점이 박힌
꺼끌하면서도 어둠에 젖은 목소리를
온몸으로 읽어내고 있을 때
그 누군가 나를
켜켜 쌓아 올려진 삶 속에서
털어낼지도 모를 일
잠시만이라도
작은 벌레들이 사람처럼 느껴지던
그 때로 돌아가
개미집 군데군데 박힌 흰모래알처럼 살고 싶어
가끔 바람 물어다주고
물기 빠져나가게 길을 열어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