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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호1998년 [시-채재순]구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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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436회 작성일 05-03-25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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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절리에서 태어나
정선 어느 분교에 근무하는 친구가
구절리에 가려는 나를 말렸다
떠날만한 사람 다 떠난
적요의 숲,
비어있음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였을까
대학생 몇몇이
마지막 열차를 기다리다
구절역 나무의자에서 졸고
철로 위에 내려앉는 햇볕.
우체국, 다방, 목욕탕
집과 집 사이를 오가던 길 위엔
질경이가 자리잡았다
지나가는 바람에도
삐걱대는 빈 집들,
크고 작은 얼룩의 창호지문,
이런 저런 사연 남겨두고
살만한 곳을 찾아 떠난 이들.
어디에서 두리번거리고 있을까,
삶은 끝끝내 가파른 행로인데
그의 한 부분이었던
얼룩들 그리워하며
지금은 어느 곳에서 실하게 뿌리내리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