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호2000년 [시-지영희] 구 경찰서 마당과 플라타너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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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경찰서 마당과 플라타너스와
햇살 키득거리던 플라타너스 여전한
구 경찰서 마당
패인 발자국에 고인 저녁 어스름이
찰랑찰랑 물소리를 낸다.
놀이터가 없던 동네
매일 저녁 아이들 내쫓느라 지치던
경찰서 마당
삐침과 화해 속이었던 경찰서에 불이 나던 밤
담장 하나 사이로 옮겨 붙을까
장롱 서랍까지 길로 낼 때
경찰서도 가고 아이들 마저 흩어졌다.
얼마나 오랜동안인지
구 경찰서 마당엔
새로 들어선 철대문집 사이
허물어지다만 블록담 위에 꼬물거리는 햇살 데리고
그 큰 나무만이 슬프게 서 있다
여관과 음식점 건물로 솟은
춘옥이 언니네 옛 집 뒤에서
바람결에
꿀밤 매기던 둔탁한 소리로
아이들을 불러보는 플라타너스
찰랑거리는 물소리에 제 모습 담그고
가끔은 우리를 그리워할까
주차한 차들에 둘러싸여
우리에게 달려올 수도 없는
구 경찰서 마당에서
햇살 키득거리던 플라타너스 여전한
구 경찰서 마당
패인 발자국에 고인 저녁 어스름이
찰랑찰랑 물소리를 낸다.
놀이터가 없던 동네
매일 저녁 아이들 내쫓느라 지치던
경찰서 마당
삐침과 화해 속이었던 경찰서에 불이 나던 밤
담장 하나 사이로 옮겨 붙을까
장롱 서랍까지 길로 낼 때
경찰서도 가고 아이들 마저 흩어졌다.
얼마나 오랜동안인지
구 경찰서 마당엔
새로 들어선 철대문집 사이
허물어지다만 블록담 위에 꼬물거리는 햇살 데리고
그 큰 나무만이 슬프게 서 있다
여관과 음식점 건물로 솟은
춘옥이 언니네 옛 집 뒤에서
바람결에
꿀밤 매기던 둔탁한 소리로
아이들을 불러보는 플라타너스
찰랑거리는 물소리에 제 모습 담그고
가끔은 우리를 그리워할까
주차한 차들에 둘러싸여
우리에게 달려올 수도 없는
구 경찰서 마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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