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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호2000년 [시-지영희] 물의 도시·속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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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617회 작성일 05-03-31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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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도시·속초


오징어 배들이 안개를 몰아오고 있다
수평선 너머 펄떡이는 물기를
모든 것이 시작되기 전 부두에 내려놓는다
두 호수를 데리고
천천히 물위에 떠오르는 속초
삶이 녹아 흐르는 젖은 땅 밑으로
언제부터인가
고향을 놓아 기르는데
가끔
내리뚫는 빗줄기를 타고
고향집 앞 개울이 흐르곤 한다
이젠 고향이 그립다 말하지 않겠다
촉수 낮은 가로등에 등을 비비며
바다 내음 올라오는 길목에 서서
한데 흐르지 못하고 물위에 떠 있는 것들을
들이킨 다음 날
미시령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속초가
조금씩 조금씩 동해로 떠가는 게 보인다
북의 사람들은 북으로
남의 사람들은 남으로
그래서 어쩌면 꼼짝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있을지도 모르겠다
떠나온 사람들의 속초
누구에게나 흐르는
물의 도시
오징어 배들이 고향 안개를 몰아오고 있다
아직 모든 것이 시작되기 전
또 다른 시작을 위해 속초 부두에 풀어놓는다
무적이 소리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