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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호2000년 [시-장승진] 양구 땅에 피는 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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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809회 작성일 05-04-0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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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구 땅에 피는 꽃은


산 첩첩 물 겹겹
양구 땅에 피는 꽃은 피보다 더 붉어
산비탈엔 사시사철 꽃새가 우네
일천구백오십일년 유월부터 십이월말까지
도솔산, 대우산, 백석산, 가칠봉
피의 능선에서 단장의 능선에서
펀치볼 분지에서 이름 모를 고지에서
죽거나 실종된 군인들만 이만팔천삼백여명
참혹했던 전투의 함성과 아우성이
넘쳐흐르던 피의 강이
지금도 바람 속에 흙 속에 묻혀
사정없이 꽃대를 밀어 올리네

지옥같던 포성 속 어머니 어머니
My Heart Breaks, Heart Breaks!
간절한 절규도 전설이 되고
아군도 적군도, 유엔의 깃발아래 바다를 건너온
푸른 눈의 군인들도 하늘에 올라
비로 바람으로 때론 폭설로
그 날의 치열함을 전할뿐이네

수호신들의 땅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 예사로 보진 말게
그리고 잊지 말게
오늘의 자유엔 피가 묻어있음을
평화의 미소 뒤엔 숭고한 희생의 눈물이 있었음을
신화가 태어난 땅 양구를 지날 때

피보다 더 붉은 꽃을 보거든
영혼이 피었다 생각하게나
바쁜 걸음 멈추고 잠시
고개 숙여 경의를 표해주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