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호2000년 [시-이화국] 고독은 빚지지 않아서 좋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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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은 빚지지 않아서 좋은 거다
꼭 살아야 할 이유가 없는 것처럼
꼭 죽어야 할 이유가 없는 거야
목숨이 여기 있는 건 구질한 삶의
이야기들 휘영청 늘어진 것 뿐이야
개나리 저고리 진달래 분홍 치마
내사 고운 빛깔의 옷 한벌 없지만
쉬임없이 흘러오는 일이 쉽지 않아
상처는 덧났다
할 일 없는 사람들은
가벼운 말로 세월을 지새면서
입안의 껌처럼 나를 씹는대도
내 발길이 어느 날
산 꼭두를 절룩이며 넘어 가던지
산 허리 구불구불 어지럽게 밟아가던지
너희들은 길 안내 해준 일 없다
산을 무늬다 주저 앉던지
암나사처럼 굴을 뚫어 가던지
손잡아 같이 가자 당겨준 일 없다
그럴사한 말들이야 아궁이에 들어갈
세어버린 쑥부쟁이 다발들
헝클린 머리채로 나 여기 이르렀다
"백구야 울어라 나는 간다"
가다가 선 이 자리
눈비 내리면 내가 맞는 거지
바람 불면 내가 흔들거리지
남 원망할 일 없는 고독은
빚지지 않아 좋은 거다.
꼭 살아야 할 이유가 없는 것처럼
꼭 죽어야 할 이유가 없는 거야
목숨이 여기 있는 건 구질한 삶의
이야기들 휘영청 늘어진 것 뿐이야
개나리 저고리 진달래 분홍 치마
내사 고운 빛깔의 옷 한벌 없지만
쉬임없이 흘러오는 일이 쉽지 않아
상처는 덧났다
할 일 없는 사람들은
가벼운 말로 세월을 지새면서
입안의 껌처럼 나를 씹는대도
내 발길이 어느 날
산 꼭두를 절룩이며 넘어 가던지
산 허리 구불구불 어지럽게 밟아가던지
너희들은 길 안내 해준 일 없다
산을 무늬다 주저 앉던지
암나사처럼 굴을 뚫어 가던지
손잡아 같이 가자 당겨준 일 없다
그럴사한 말들이야 아궁이에 들어갈
세어버린 쑥부쟁이 다발들
헝클린 머리채로 나 여기 이르렀다
"백구야 울어라 나는 간다"
가다가 선 이 자리
눈비 내리면 내가 맞는 거지
바람 불면 내가 흔들거리지
남 원망할 일 없는 고독은
빚지지 않아 좋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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