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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호1998년 [시-채재순]논문 쓰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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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532회 작성일 05-03-2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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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간을 따라 말들이 떼지어 지나간다
그녀의 논문은 복사본이 없다
세상에는 베이는 일이 너무나 많아,
삶은 흠집과 더불어 사는 거라고
중얼거리며
생의 내력들 기록하고 있다.
한때 상처가 삶의 전부였던 적 있지
하루하루가 퀼트*의 한 조각 이루며,
그 조각들 모아 생의 이불을 꿰맨다
산다는 건—
자신의 고단한 행로를 확인하는
작업들이라고
마음에 유리조각 덕지덕지 바르고
웃고 있었지만
용서없는 나날이었음을,
애증의 빗살무늬를 생각할 즈음
바람이 분다, 흩어진 낱장들을 주어 모아
논문을 엮고 있다,
어느 길을 가든지 가파르지 않겠냐고
쓰라림이여, 함께 살자고.
􄤃 퀼트-조각 이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