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뫼 호수별 보기

31호2001년 [동회-이희갑]이치와 현상 - 바람 (과학능력)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609회 작성일 05-04-04 10:55

본문

개구장이 씽씽이
1.
동물들이 사는 마을 한 끝에
개구장이 바람 씽씽이가 살고 있었어요.
씽씽이는 날마다 골목길을 헤집고 다니며
말썽을 부렸어요.
씽씽이가 지나가면 골목길은
뽀얀 먼지로 앞을 볼 수 없을 지경이예요.
집집마다 창문들은 모두 덜컹덜컹 거렸어요.

2.
“콜록콜록 콜록콜록”
동물 아저씨들이 기침을 하며 몰려 왔어요.
“앙앙앙 앙앙앙”
동물 아줌마들이 우는 아기를 업고 몰려 왔어요.
“씽씽이가 먼지를 일으켜 살 수가 없어.”
“씽씽이가 창문을 흔들어 아기들이
잠을 잘 수가 없어. “
씽씽이 엄마는 고개를 들지 못했어요.
“미안합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3.
“이 녀석 들어오기만 해봐라.”
씽씽이 엄마는 화가 많이 났어요.
“씽씽아, 야 씽씽아.”
씽씽이가 마당에서 놀고 있었어요.
무서운 얼굴을 한 엄마를 보고 씽씽이는
달아나 버렸어요.
‘히히히, 혼내주려고 부르는 걸 누가 모를 줄 알고.’
씽씽이는 들판에 들어누워 풀 잎을
질근질근 씹고 있었어요.
4.
씽씽이는 심심해졌어요.
밭에서 일하는 황소 할아버지가 보였어요.
씽씽이는 얼른 다가가 바람을 휙 일으켰어요.
“어이쿠, 내 모자.”
황소 할아버지는 날아가는 모자를 잡으려고
팔을 휘저었어요.
예쁜 양산을 쓰고 가는 여우 아가씨가 보였어요.
씽씽이는 얼른 다가가 바람을 휙 일으켰어요.

“어머나, 내 양산.”
여우 아가씨는 뒤집혀진 양산을 보고
울상을 지었어요.
5.
동물들이 다시 몰려왔어요.
씽씽이의 심술 때문에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씽씽이네 집 앞에서 큰 소리로 떠들었어요.
“씽씽이 때문에 일을 할 수 없어.”
“농사를 지을 수 없어.”
“물건을 들고 다닐 수 없어.”
“씽씽이는 나쁜 버릇을 고쳐야 해.”
“심술쟁이는 혼나야 해.”
씽씽이 엄마는 한 번만 용서해 달라고
손을 싹싹 비비며 머리를 숙였어요.
6.
씽씽이 엄마는 자리에 드러눕고 말았어요.
“음- 음-”
엄마는 너무 속이 상해 신음 소리를 내었어요.
“내가 어딜 가야지. 엄마 말도 안 듣는
아들하고 살면 뭘 해.”
엄마는 눈물을 흘렸어요.
씽씽이는 엄마가 우는 걸 보니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어요.
7.
아침에 눈을 뜬 씽씽이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어요.
“ 어? “
부엌에도 화장실에도
엄마가 보이질 않았어요.

앞 마당에도 뒷 뜰에도
엄마가 보이질 않았어요.
‘엄마가 정말 가버렸나봐. ‘
씽씽이는 주저 앉아 엉엉 울고 말았어요.
8.
씽씽이는 엄마를 찾아 나섰어요.
이젠 말썽 피우지 않고
착한 아들이 되겠다고 엄마에게
말하고 싶었어요.
씽씽이는 들판을 지나 언덕을 넘었어요.
엄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어요.
씽씽이는 바닷가 까지 달려 갔어요.
바다에는 돛단배 한 척이 떠 있었어요.
“으싸 으싸, 아이고 힘들어.
바람이 불지 않으니 배가 가질 않아. “
너구리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노를 젓고 있었어요.
9.
씽씽이가 다가갔어요.
“아니, 저 저건 씽씽이 아냐?”
너구리들은 씽씽이를 보고 두려워했어요.
“큰 일났다. 심술 부리면 어떻하지?”
씽씽이는 싱긋 웃더니 돛단배 뒤로 갔어요.
“씨- 잉”
씽씽이가 바람을 일으키자
돛단배는 쑥쑥 앞으로 나갔어요.
“씽씽아, 고맙다.”
너구리들은 기뻐했어요.
씽씽이도 마음이 상쾌했어요.

10.
“아휴, 날개가 너무 아파.”
어린 갈매기가 힘들게 날개를
퍼득이며 날고 있었어요.
“갈매기야. 어딜가니?”
씽씽이가 다가가서 말했어요.
“섬으로 가는 중이야. 가족들이 거기에 있어.”
“엄마가 기다리고 있니?”
“응, 빨리 가야하는데 날개가 너무 아파.”
“내 등에 올라타봐.”
씽씽이는 어린 갈매기를 태우고
섬까지 날아갔어요.
갈매기 가족들은 씽씽이에게
고맙다고 인사했어요.
씽씽이의 마음도 아주 기뻤어요.
11.
갈매기 가족과 혜어져 오는 길에
다람쥐 형제들을 만났어요.
다람쥐 형제는 바람개비를 가지고
뛰어다니고 있었어요.
씽씽이는 바람을“씨- 잉”하고
불어 주었어요.
“야, 바람개비가 잘 돈다.”
다람쥐 형제는 아주 신났어요,
“바람아, 고마워.”
다람쥐 형제들이 손을 흔들었어요.
씽씽이는 참 기뻤어요.
12.
씽씽이는 심술 보단 남을 돕는 일이

이렇게 기쁜 줄 미처 몰랐어요.
씽씽이는 열심히 바람을 일으켰어요.
빨래를 말려주니 아줌마들이 고마워 했어요.
일하는 아저씨 이마에 흘린 땀방울을
씻겨주니 고마운 바람이라고 했어요.
꽃향기를 퍼트려 주었다고
꽃들이 아주 기뻐했어요.
13.
씽씽이는 피곤해지기 시작했어요.
집에 돌아가고 싶었어요.
갑자기 엄마 생각이 더 났어요.
“엄마. 어디있어.?”
씽씽이는 울먹거렸어요.
씽씽이가 몸을 일으켜 날아가려는데
“바람아, 나 좀 데리고 가 주면 안돼?”
하고 꽃씨가 말했어요.
“난 섬보다 큰 육지에서 살고 싶어.”
씽씽이는 꽃씨를 산기슭까지 옮겨 주었어요.
14.
“씽씽아, 여기서 뭘해. 엄마가 찾고 있는데.”
지나가던 잠자리가 말했어요.
“뭐, 엄마가?”
씽씽이는 있는 힘을 다 해 집으로 달려 갔어요.
“엄마!”
“씽씽아, 내 아들아.”
엄마는 씽씽이를 부등켜 안았어요.
“어딜 갔었니? 엄만, 앞 집 할머니께
밥 해드리 왔는데.”
씽씽이는 대답 대신 눈물을 닦으며 웃었어요.

“엄마, 이젠 착한 바람이 되겠어요.”
“그래. 엄만 널 사랑해.”
엄마는 더 꼬옥 씽씽이를 안아 주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