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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호2001년 [산문-강호삼]에필로오그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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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724회 작성일 05-04-0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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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라는 것. 망망대해에서 혼자 수영하는 것과 같아서 힘이 다 하면
그대로 물에 빠져 죽을 수밖에 없다는 내 삶의 체험이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나는 오랜 동안 다른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간과
했음을 모르고 있었다. 한강 뚝섬에서 수영을 하다가 힘이 빠져 익사 직
전의 위험에 처해 있었을 때 부근에 있던 다른 보트가 다가왔었다는 중요
한 사실 말이다.
내가 삶이라는 바다를 수영하다 힘이 다해 익사하려고 할 때마다 누군
가 내 곁에 있었다.
친구이거나 형제이거나 연인이거나 가족들이거나 미지의 누군가가 내
게로 구원의 보트를 저어왔다. 그래서 오늘의 내가 있는 것이다.

나 보다 하루 뒤에, 일행들이 울란바트르에 도착했을 때 나는 나와 동
행이 될 번했던 사람을 만났다. 수필을 쓰는 40대 후반의 몸피가 있어서
덕스럽게 보이는 여류였다. 두 사람만이 따로 동행이 될 번했다는 인연으
로 여행 내내 아쉬웠다고(?) 하면서 다른 일행들과 함께 객쩍은 농담을
유쾌하게 주고받았다.

하루 세끼의 빵을 구하기 위해 거리로 나선 이국의 가여운 여인들을 두
고 영웅담이나 하듯이 떠벌리고 있는 내 치기와 망발은 어디서 용서받을
수 있을 것인지 모르겠다.

2001년 10월 9일.
영랑호와 동해바다가 바라보이는 동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