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뫼 호수별 보기

28호1998년 [시-채채순]좀처럼 오지 않았다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431회 작성일 05-03-25 17:46

본문

좀처럼 오지 않았다,
들일 나간 우리집 어른들은
집집마다 마른 솔개비 지피는지
저녁 연기 오르는데
어린 동생은 내 등에서 칭얼대고
사촌 동생은 앞서 걸으며 훌쩍이는데
컴컴해지는 산 밑 우리집, 그 옆 숙모네집
왜 그리도 그 집이 무서웠던지.
폭우로 파헤쳐진 비탈길을 내려가
낯익은 발자국 소릴 기다렸다.
차라리 칭얼대는 동생들이 힘이 되었지.
아무개야, 아무개야
누가 누군지 분간 못할 무렵에서야
참외를 이고, 지고 들어서던 어른들
그제서야 마음놓고 어린 동생들 핑계삼아
엉엉 봇물을 터뜨렸지.
지금도 여전히
좀처럼 오지 않는다,
애타게 기다리는 것들은
더디게 오고
그리하여 더욱 갈증의 나날이게 하지만
그런 것들 사이에서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