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호2001년 [시-최재순]어떤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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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1000여 미터 정상에서
옮겨온 앵초
제 몸이 이삿짐의 전부인
저 풀꽃이, 멀미를 하고 있다
첫 발령지를 찾아들던
내 스무 살의 이사 멀미,
첫 아이, 첫 시집을 받아들던 날의 어지럼증
풀꽃 속에 오래 잊고 있던
주소가 들어있다
날 예까지 오게 했던
뒤척이며 잠 못 들던 멀미의 굽이들
지난 주소록들은 사라지지 않고
살아지고 있던 것이니
저 혼자 몸 뒤채면서도
다시 일어설 저 풀꽃의 뿌리내림을 위해,
햇빛의 지문, 바람의 숨결을 지닌
시간의 꽃, 잎 위에
가랑비가 내리고 있다.
옮겨온 앵초
제 몸이 이삿짐의 전부인
저 풀꽃이, 멀미를 하고 있다
첫 발령지를 찾아들던
내 스무 살의 이사 멀미,
첫 아이, 첫 시집을 받아들던 날의 어지럼증
풀꽃 속에 오래 잊고 있던
주소가 들어있다
날 예까지 오게 했던
뒤척이며 잠 못 들던 멀미의 굽이들
지난 주소록들은 사라지지 않고
살아지고 있던 것이니
저 혼자 몸 뒤채면서도
다시 일어설 저 풀꽃의 뿌리내림을 위해,
햇빛의 지문, 바람의 숨결을 지닌
시간의 꽃, 잎 위에
가랑비가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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