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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호2001년 [시-최재순]겨울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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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608회 작성일 05-04-04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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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에 와서는 책을 읽으며 삽니다
당신은 아직도 책을 읽고 있느냐고
하셨지요,
이제는 세상을 읽어야 한다면서,
눈이라도 내리는 날엔
화안히 불 밝히고,
가끔씩 불어대는 바람소리 들으며
책을 읽습니다
가만,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네요
내다보면 작은 교정에
왕벚나무가 우뚝 서 있을 뿐
눈송이가 굵어질수록 세상은
고요해지고,
아직도 익어야 할 책이 있어
마음이 뜨거워오고,
얼마 전에 보내주신 벙어리 장갑과 소식지에서
숨결이 느껴집니다
책의 행간 속으로 난 길을 따라
걸어갑니다
이 길을 따라가고 또 가다보면
세상이 보일까요?
당신은 그 곳에서의 세상 읽기에
익숙해지셨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