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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호2001년 [시-지영희]오빠네 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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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572회 작성일 05-04-04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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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처럼 오지 않는다던 비가
질금거리는 밤
그간 살아온 이야기 끝에
헝겊을 가심이라 말해놓고
이국 생활 이십 오 년 된 오빠네 집에서
온 가족이 오랜만에 웃는다.
요짜로, 저짜로, 까세
어릴 적 사투리를
식탁 위에서 소파로
라구나 비치 가는 길에까지 뿌리며
한껏 벌린 목구멍으로 뜨거운 바람 쏟아낸다
무엇에 매달려 사느라 이런 웃음조차 잊었는지
푸르름 가득 움켜잡고
비 오기만을 기다리던
누렇게 뜬 사막의 나무들이
오늘 밤엔
뿌리 끝까지 간지럼 태우며
푸른 잎을 터뜨릴까
웃음 소리 한데 어우러져
푸르게 젖는 켈리포니아 오렌지 카운티.

*가심(헝겊), 요짜로(요쪽으로), 저짜로(저쪽으로),
까세(가위)는 삼척 지방 사투리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