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뫼 호수별 보기

30호2000년 [시-박명자] 태양의 축배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696회 작성일 05-04-04 11:21

본문

태양의 축배



8月의 정오
태양이 직각으로 바다에 떨어져 눈부시다
이시간 바다는 진한 향내를 풍기며
고생대 즘생처럼 온몸 꿈틀거린다
안으로 흥분을 잠재우는 바다…

금빛 태양조각을 입안 가득 깨물고
바다는 기쁨으로 다시 출렁거린다

뭍에까지 혓바닥을 널름거린다
채머리 흔들며 드디어 피를 보고 돌아나간다

태양의 포옹속에서 바다는 희열을 참지 못하고
그 절정에서 몸을 뒤척인다

갈기를 다시 흔들며 돌아나가는 바다
청,백 양극으로 일제히 갈라 섰다가
다시 포효하며 합류한다.

이시간 바다는 원시의 즘생
날카로운 잇발로 깃발 흔들며 궐기한다

진한 향내를 진통시키고
호흡운동을 빠르게 진행시키는 바다

시간위에서 살아 꿈틀대는 욕정의 바다만이
태양의 축배를 가슴에 껴 안는다

오직 살아있는 생명체만이 폐유를 걷어 내고
찬란한 금빛 태양의 축배를 가슴 가득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