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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호2000년 [시-박명자] 해뜰무렵 나무의 성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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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494회 작성일 05-04-04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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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뜰무렵 나무의 성역


지난밤 사람에게 받은 상처 싸 가지고
해뜰무렵 소나무 그늘에 간다.

산다는 것의 의미가 허탈해진 아침
나무의 너른 품을 총총히 찾아 간다

거리거리 찬바람 스치고
쓸쓸한 계절의 모퉁이에서 시름 젖는날
나무는 깊은 가슴열어 나를 안아 들이고
근심의 껍데기는 오른편에 내려 놓는다

나무와 내가 서로 침묵의 눈빛 통하여 정을 나누고
화해의 손을 잡는 아침

쉽사리 쓰러지지 않는 성역을 나무는 땀흘려짓고
시월의 숲은 침침한 시력으로 저만치
강건너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