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호2001년 [시-지영희]우리를 이어 주는 것
페이지 정보
본문
아이는 말했다
친구는 서로 사랑하는 거지요
붉은 눈동자를 꿀꺽 삼키며 자리로 돌아가
살그머니 옆짝을 흘긴다
한 때는 이름만 들어도
세상이 가볍게 내 안에 함께 하는 적도 있지만
온갖 그림자만 가득 들어앉기도 한다
우리를 이어주는 것은 사랑이 아니고 갈증이다
계절이다 추위다 외로움이다
아픔이고 죽음이다
녹슨 자전거 뒤에
납작하게 편 재활용 상자를 꽁꽁 묶어 실은 낯선 할아버지와
웃음 띤 할머니의 마주하는 눈빛에
밀차에 실린 폐신문 뭉치로 떨어진 은행잎 몇 장이
노랗게 익어간다
반대편으로 스친다
우리를 삶으로 이어 주는 것은 잊혀지는 시간이다
잠시의 따스함도 신호등 불빛을 기다리다
미처 다 건너지 못하는 그림자에 깔려
빨간 신호 속으로 잊혀지는
혹은 긴 세월이다.
친구는 서로 사랑하는 거지요
붉은 눈동자를 꿀꺽 삼키며 자리로 돌아가
살그머니 옆짝을 흘긴다
한 때는 이름만 들어도
세상이 가볍게 내 안에 함께 하는 적도 있지만
온갖 그림자만 가득 들어앉기도 한다
우리를 이어주는 것은 사랑이 아니고 갈증이다
계절이다 추위다 외로움이다
아픔이고 죽음이다
녹슨 자전거 뒤에
납작하게 편 재활용 상자를 꽁꽁 묶어 실은 낯선 할아버지와
웃음 띤 할머니의 마주하는 눈빛에
밀차에 실린 폐신문 뭉치로 떨어진 은행잎 몇 장이
노랗게 익어간다
반대편으로 스친다
우리를 삶으로 이어 주는 것은 잊혀지는 시간이다
잠시의 따스함도 신호등 불빛을 기다리다
미처 다 건너지 못하는 그림자에 깔려
빨간 신호 속으로 잊혀지는
혹은 긴 세월이다.
- 이전글[시-장승진]가을 은사시나무 05.04.04
- 다음글[시-지영희]올케의 꽃밭엔 꽃들이 산다 05.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