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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호2000년 [시-박명자] 유월의 보리 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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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550회 작성일 05-04-04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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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의 보리 밭


유월의 해 시계 아래에서
누가 이마에 방아쇠를 당기고 있다

팽팽한 긴장감이 돈다

무한 허공 맨몸으로 눕는 금색 보릿단
그들은 빈자리 그냥 두고 뒷걸음치고

수염뿌리께로 태양이 엿가락처럼 흐른다

보리밭 두렁으로 누가 비척비척 걸어간다
뒤를 흘깃 본다

앗 반 고흐 !

그가 생전에 다 하지 못한 말들이
끈끈한 액체로 보리밭에 쏟아진다

교회 첨탑에서 바람이 지그재그로 불어오더니
밭두렁을 돌아 나가고

유월 보리밭은 고흐의 영정 속으로 걸어 들어가서
이윽고 갇혀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