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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호2001년 [시-이화국]추억 밟기(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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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951회 작성일 05-04-04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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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좋은 점은 없었을까
꼽아 보니 불 같은 성미에도 꼼꼼하셔
도배 손수 하시던 일
그래서 나도 평생 손수 도배하며 살고
화단에 나무와 꽃 잘 가꾸시던 일
그래서 내 이름은 炳자(조부 항렬 첫자)
寧자(부친 항렬 끝자)
義자(내 당대 항렬 첫자) 돌림자도 없이
꽃나라(花國)라고 지으셨나
의철 의덕 의만 의숙 의선 사촌들과
의인 의정 의중 의신 의평 의경 형제들 속에
유일하게 항렬자 없는 내 이름 꽃나라 (花國)
꽃나라 만발하여
사철 꽃 피고 꽃 시들고 웃고 울며 산다
또 아버지는 장부 정리 잘 하셨고
부정한 일 불의에는
참는 법이 없으셨다
요점만은 내가 국화빵처럼 닮았다
안 닮아도 되는 거 닮아서
피곤하고 시끄럽고 손해 많다
만고 강산 유라암(유람) 헐 제.
풍월도 잘 읊으셨는데
대신에 나는 시를 읊는 딸 되었고
아버지 천수경 외우시면
땡땡이 중은 동냥도 못하고
꽁지를 빼야했는데
대신에 나는
사도신경과 주기도문을 외운다
이상도 하여라
발가락 한 개가 닮은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