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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호2001년 [시-이화국]추억 밟기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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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723회 작성일 05-04-04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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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자주 꾸는 것은 아니지만
아버지 꿈에 보이면
하늘엔 하루 종일
먹구름이 끼어요
한 번은 아버지가 시퍼런 얼굴로
창문을 두드리시는데
어찌나 무섭던지
이불을 뒤집어 썼지요
그래도 자꾸만 문을 두드리시는데
그만 꿈을 깼어요
이불을 들치고 목을 내어보니
밖에선 심한 바람이 불고
그 바람에 창문이
덜컹거리는 거였어요
늦가을 초입 덥지 않은데
온 몸에 열이 불꽃같이 일어
자리 보존 했지요
병석에 누운 며칠 동안
주문 외듯 외웠어요
아버지 살아서 정들이지 못했는데
이제 다시 만나 무얼 어쩌자구요
제발 서로 잊어버리자구요
그러자 열은 씻은 듯 내리고
아직 꿈 꾼 적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