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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호1998년 [시-채재순]어떤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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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518회 작성일 05-03-25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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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의 휴일에
서둘러 산밤 주우러 갔지
희미한 산길 헤치고
밤나무를 흔들어대고
장대를 휘둘러야
겨우 몇 개 손에 쥘 수 있는 밤
밤따기에 골몰한 일행의 맨 뒤에서
무심하게 뒤따르던 그,
그가 그렇게 머뭇머뭇거리는 사이
다른 이들의 배낭은 불룩해지는데
굵은 밤송이를 찾아
온 산 헤매는 사람들 바라보며
터벅터벅 산을 오르는,
알밤이 빠져나간 빈 밤송이와
사람들 등쌀에
너무 일찍 떨어져 썩어가는 밤송이에 유심히 눈맞추는,
그의 산행
몇 시간의 산 자맥질 끝에도
그의 배낭에는 밤 몇 톨이 굴러다닐뿐이지만
또다른 배낭이 한없이 부풀어 오르던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