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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호2001년 [시-이화국]추억 밟기(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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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701회 작성일 05-04-04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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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지금도 뜻을 잘 몰라요
연안(延安) 이씨 첨사공파가 뭣인지
부원군 자손이라 해구자손이라 해쌌는데
할머니가 숙부인 이셨다니
양반은 양반인 모양인데
임금님 하사하신 장롱만 있어도
지금 팔면 억(億)이라는데
인사동 통문관에 들러
연안 이씨 족보 보긴 봤지만
누렇게 찌들은 책 하도 많아서
엄두도 못내고 돌아 나왔지만
돈이 왕인 자본주의 세상에
물려 받은 돈, 내가 번 돈 한 푼 없이
밀레니엄 2000에 양반 타령
그 무슨 망발을……
아버지는 어려서부터 망종이라
뭐 하나 그냥 지나치는 일 없더래요
남의 무밭에 들어가 먹지도 않을 거
뽑았다 도루 박아놓고
잔칫집에 얻어먹으러 가서는
군수가 먹는 상은 잘 차리고
아버지 상은 그만 못하다고
군수가 먹는 상을 엎어버렸대요
흩어진 음식 주워다 다시 못 놓게
오줌통을 가져다 끼얹었대요
큰 고모님은 아버지가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 그렇다고
다독이지만요
내가 사업이 안되어 손 털었을 때
이복 동생 사기 당해 집 날렸을 때
나는 자꾸 아버지 생각만 났어요
제 못난 탓 아니고
아버지 탓 조상 탓
하고싶었나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