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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호2001년 [시-이화국]추억 밟기(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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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606회 작성일 05-04-04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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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서 초상이 났습니다
아침에 세수하고 머리 빗는데
초상 나면 머리 빗는 게 아니라고
어머니 이르시어
빗으나 마나 깡뚱한 단발 머리
그나마 빗다 말았습니다
매바위 쪽에 살던
배근이 아버지가 돌아가신 거에요
아침부터 초상집에 가셔
술에 곤드레 만드레 취해 오신 아버지
한숨 푹 주무시고 깨어난 다 저녁 때
학교에서 돌아와 숙제하는
내게 물으셨지요
“내가 어디서 이렇게 취해 왔냐?”
“초상집이요 배근이 아버지 돌아가신”
“뭐? 배근이 아버지가 죽었어?”
벌떡 일어나 나가셨지요
우습기도 했지만
웃을 수 없었어요
한밤 중 술 취해 오셔
대문 열라고 소리 치면 어쩌나
엄마 때리고 살림 쳐부수면 어쩌나
그 생각 먼저라서
무섭기만 했어요
동네서 초상 나면 그가 누구라도
머리 빗지 않고 슬픔 같이 나누던
그 때 그 시절 미풍이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