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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호2001년 [시-이화국]추억 밟기(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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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611회 작성일 05-04-04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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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서울로 와서
고등학교 시험 볼 적에
고향 동네에선 야단이 났었대요
아버지랑 작은 엄마랑
싸움이 대단 했대요
그 지지배만 공부 시켜?
중핵교 마쳤으니 시집 보내지
어린 내 새끼 다섯은 어찌 하라고
작은 엄마 울고불고 몸부림 쳤대요
거리에 나앉은 친정 식구 먹이려
열아홉살에 마흔 세살 아버지게로 온
작은 엄마는 들아단짝 아들 쏘옥 낳고
또 낳고 이복 동생 다섯을 나았걸랑요
그 때 아버지가 그러시더래요
“보름달 보자고 초생달 안 봐?”
그래서 어머니는 아버지 몰래
쌀가마니를 머슴에게 지워
오서산 정암사로 보냈대요
어머니 정성인지 부처님 영험인지
시험엔 붙었구요
“보름달 보자고 초생달 안 봐?”
그렇게 해서 나는 초생달이 되었어요
덜 여문 채 반 쪽이 늘 허전한 모양새
옹글게 둥글어 휘영청 세상을 비춰보지 못하고
반 쪽의 초생달
이젠 그나마 속히 기울고 말 그믐달 되었어요
지금껏 생존하신 나보다 열두살 위인
작은 엄마는 나랑 같이 늙어가고요
우리가 믿는 한 하느님 자손 되었고요
굶는 친정 붙이 위해 희생타로 몸 던진 효성
그저 불쌍한 맘 뿐이어요
그 작은 엄마가 나 주려고 들기름 짜다 놓았다고
이복 동생 의신이 엊그제 전화 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