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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호2001년 [시-이화국]추억 밟기(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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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633회 작성일 05-04-04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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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 아궁이 앞에선
작은 항아리에
언제나 구렁이가 고아지고
아침에 들어간 생구렁이
저녁 때 뽀얗게 고아져 나오면
어머니는 베수건에 꼬옥 짜서
아버지 앞에 대령했지요
벌떡벌떡 단숨에 들이키고
아들 보려고 작은 집으로
쏜살같이 내려가는 아버지
그림자가 안보이면
어머니는 대문쪽만 하염없이 바라보며
이년의 팔자 이년의 팔자
가슴을 수없이 치고
하늘이 꺼지도록 한숨을 쉬셨지요
그런 날 나는 잘못 없이 혼나기 일쑤여서
달그락 달그락 던지고 놀던
공기돌 슬그머니 끌어모아
하월이네로 내빼곤 했지요
하월아 공기돌 노올자
그 때의 슬픈 목소리 그 메아리
사라지지않고 먼 하늘을 돌아
지금도 내게로 돌아오지요
타동네에서 잡힌 구렁이까지
부자로 소문난 아버지께 팔리려고
대추나무에 대달려
죽을 차례 기다리던 일
눈에 선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