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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호2001년 [시-이화국]추억 밟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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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657회 작성일 05-04-04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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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 마당엔 철봉대를 세우고
안마당엔 큰 기둥 두개 박아
그네 매고 타라했지만
나는 그네를 타면서도 무섭기만 해서
높이는 못 올라갔지요
소꼽친구 모여와 쌍그네를 타면
친구는 겁없이 발 잘 굴러
그 때만은 신이 났어요
가엾어라 남의 곁에 기대려는 마음
강한 힘에 업혀 덕 보려는 이기(利己)
어린 것이 그게 좋은 줄 어찌 알았을까
지금도 홀로 서기 못하고
하느님 기대 살고있어요
아랫채엔 목욕탕을 만들어 놔
시집 장가 가는 동네 처녀 총각들
아버지 만드신 목욕탕 신세 많이 졌어요
잘 뻐갠(쪼갠) 장작단 안고 와
물 길어 붓고 불 때서 목욕할 때
그 기분 어땠을까 그런 생각 지금사 해보네요
풍물패들은 봄 가을로 찾아와
부엌 앞 우물 주위를 돌며
뚫어라 뚫어라 물구멍을 뚫어라
빙글빙글 돌았지요
마당에 멍석이 펴지고 막걸리 사발 돌아가고
그럭저럭 사람 사는 집 같았지만
밤이면 물밑 같이 고요했어요
아랫채엔 머슴이 건너방엔 부엌 어멈이
이화국 151
152 갈뫼
안방엔 달랑 모녀 엄마와 나
아들 본다고 작은 집으로 내려가서
아버지 없는 우리 집은
쥐 죽은듯 고요 뿐
창호지 밖으로 비쳐드는 달빛 별빛
그런대로 세월이 흘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