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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호2001년 [시-이화국]추억 밟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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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659회 작성일 05-04-04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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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지 벼슬 하시던
李자 炳자 成자 할아버지는
울아버지 백일 안돼 돌아가셨대요
꿈을 꿔도 아버지는
당신 아버지 얼굴이 안보인댔어요
목 아래 관복만 보인댔어요
승지 벼슬이 뭐냐고
아버지 기분 좋은 때 맞춰 여쭈니
그건 지금 대통령 비서 같은 거래나요
청와대 청소부도 청와대 팔아
어마어마 사기 친걸 보면
대통령 비서는 큰 벼슬인 거 틀림 없어요
홀어미 자식된 아버지는
글방 옆에도 못가고 자랐는데
언변과 문장 필적이 뛰어나서
李吉寧이 아니라 제갈량으로 불렸대요
술버릇 고약하여 주정이 심했지만
양복 속주머니에서 돈다발 꺼내 흩을 때는
신이 나기도 했지요
도랑에 빠져서 젖은 옷 속의
젖은 돈뭉테기 말린다고
방안에 널어놓았을 때는
엄마도 훔치고 나도 조금 훔쳤지요
새터쟁이 과부댁 주막에서
대낮부터 술에 취한 아버지
머슴이 업어다 대청마루에 눕혔을 때
흘러내린 바지 가랭이 사이
이화국 149
150 갈뫼
아버지 물건도 보았지요
내 나이 여나믄 살적 기억
무에 그리 좋아선지
환갑인 이 나이까지
잊지 않고 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