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뫼 호수별 보기

28호1998년 [시-지영희]눈 그리고 속초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489회 작성일 05-03-25 17:50

본문

우르르 몰려 다닌다.,
다리도 없는 것이 날개도 없는 것이
먼 곳에서 겁없이 이 땅에 내려온다
오십천가를 돌아 동해로 빠지는 길목
망설이던 철로를 건너
설악산 밑까지 온 붉은 길은
이제 저 순수한 몸짓에
새로이 흐르는데
창밖 굽은 언덕길마저 노래되어
내게로 흐를 때 쯤이면
천천히 날개짓하는 속초는
흰 깃털 사이로 푸른 바다를 일구며
고향을 떠나 오랫동안 시린 발 녹힐 수 없었던
그 의미가 되어
나를 날게 한다.
발밑에 자라던 길
온갖 그림자 털어 덕장에 널고
가끔 여닫는 문 사이로 흐르는 웃음에
말없이 따라 오르고
밤마다
촉수 낮은 전등들이
서로 언등을 부빌 때
낮은 등 하나 들고 남몰래 서성이던 청호동
새빨간 채송화 피울 마당가를 돌아 날게 한다
눈 내리는 속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