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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호1998년 [시-지영희]그녀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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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362회 작성일 05-03-25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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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옹치 앞바다가 수런댄다
바다 밑 일상들을 물 위로 밀어내려는 듯
문득 그녀가 궁금하다

부귀와 권위를 버리고
독재와 낭만을 거부하며 혁명의 길을 걷다
잘라진 두 손과 낡은 일기장으로 돌아간
체 게바라의 사진을 쓰레기 봉지에 버린다
버린다, 나를 쏘아보는 젖은 눈을 피해
베란다 문을 까닭 없이 여는 겨울 아침
그녀는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약속한 것이 많아
스스로에게 한 것 한 가지도 제대로 못해
파산할지도 모르는 일
지니고 있던 모든 가치들이
어느 날 현란한 몸짓으로 혁명을 일으킨다면
무엇으로 남아질까-
두 손은 그다지 한 일이 없고
요즘은 일기조차 쓰지 않는다
등 굽은 내리막길로 자동차 몇 점 흐르고있다

싱싱한 햇살을 가슴 깊숙이 찔러 넣는
외옹치 앞바다를 뒤로한 바퀴 자국마다
셀 수없는 반복이 내밀리는
이 겨울 아침
그녀는 뭘 바라보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