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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호2001년 [시-박명자]나무의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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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475회 작성일 05-04-04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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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그루 나무를 조용히 바라보면
그는 내면의 한없는 울림을
침묵으로 말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나선을 긋는 가지의 리듬
떨리는 잎새의 빛부심
기하학적 감정의 무늬를 그리는 뿌리…

그의 침묵은 하나의 절절한
기호라는걸 알 수 있다

오늘 아침 나무는 안개의 가면으로
비스듬히 얼굴을 가리우고
가벼운 손끝으로 차례차례 신비의 베일을 벗듯이
은유의 실타래를 풀어내고 있었다

제 자신의 내면에 조용히 귀 기울이는
나무의 언어가 이슬처럼 동그랗게 내 가슴에 스며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