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호2001년 [시-박명자]곡식 한 톨
페이지 정보
본문
지난 꽃샘 추위속에 열평짜리 밭을
군 농협에서 분양 받았다
처음 소유하는 내 흙. 그 심장을 헤짚고
감춰둔 언어의 씨앗을 넣었다
흙의 분열식이 웅성거리며
내 열 개의 발가락 사이를 지났다
아침마다 내 밭을 열고 보면
이랑 위에 별똥별이 떨어져 있다
여름 불볕이 화살처럼 내려꽂히고
갈증의 혓바닥이 지그재그로 지나갔다
천둥소리가 폭풍우를 동반 할 때는
마을의 축이 한쪽으로 기우뚱거렸다
드디어 장마가 걷히고 어제의 것이 아닌
새 심지를 끼운 태양이 오전 중에 머물어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억새 숲에서 설렁 바람이 기어 나오고
내 손바닥 위에 곡식 한 톨을 놓아준다
아 천근의 무게여!
가뭄 밭에서 거둔 이 운율의 나락
한톨 곡식의 기하학적 무늬 속으로
파도치며 지나가는 낯선 느낌…
군 농협에서 분양 받았다
처음 소유하는 내 흙. 그 심장을 헤짚고
감춰둔 언어의 씨앗을 넣었다
흙의 분열식이 웅성거리며
내 열 개의 발가락 사이를 지났다
아침마다 내 밭을 열고 보면
이랑 위에 별똥별이 떨어져 있다
여름 불볕이 화살처럼 내려꽂히고
갈증의 혓바닥이 지그재그로 지나갔다
천둥소리가 폭풍우를 동반 할 때는
마을의 축이 한쪽으로 기우뚱거렸다
드디어 장마가 걷히고 어제의 것이 아닌
새 심지를 끼운 태양이 오전 중에 머물어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억새 숲에서 설렁 바람이 기어 나오고
내 손바닥 위에 곡식 한 톨을 놓아준다
아 천근의 무게여!
가뭄 밭에서 거둔 이 운율의 나락
한톨 곡식의 기하학적 무늬 속으로
파도치며 지나가는 낯선 느낌…
- 이전글[시-박명자]떠다니는 집 05.04.04
- 다음글[시-박명자]나무의 언어 05.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