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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호2001년 [시-박명자]뿌리의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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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621회 작성일 05-04-04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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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에는 깊은 땅속 잡초들의 발가락도 움직인다.
땀흘린다.
저항의언어로 몸을 뒤척이며 돌아 눕는다.
눈물겹기 까지한 생명의 데몬스트레이션

가도 가도 목마른 가뭄의 지평 끝
뿌리들은 땅벌레들 사이로 손을 밀어 넣어
물줄기를 찾아낼까?

철골만이 가득 서 있는 공장 굴뚝 사이에서
마른 번개 지나가는 모퉁이에서 흙무덤사이에서
세상 어딘가 숨겨진 말을 찾아
100일 동안 죽죽 울음 푸는 뿌리의 힘든 노동

종일토록 두루마리 편지를 가지고 뿌리들은 말한다.
가능한 지층까지 발을 내릴꺼야

어둠의 끝자락에서 뿌리들은 계속 땀 흘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