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호2000년 [시-박명자] 목발 짚은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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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발 짚은 나무
빈 벌판에 목발 짚은 나무가 걸어온다
땀 흘리며 피 흘리며 걸어온다
뒤돌아보면 반딧불 반짝이던 옛 오솔길이
산모퉁이에 꼬리를 사리는데
오늘은 봄비가 실실이 내리고 꽃샘추위가
살 속을 파고든다
B아파트 단지가 마을 안에 들어선다는데
아름드리 마을 파수꾼들은 심장을 허옇게 들어내고
트럭에 실려 대처로 나간다
나무의 버려진 생을 막 구겨 넣은 다리긴
무덤 그 위로 새들이 천국과 지옥으로
갈라져 날아간다
나무의 마음속에 오래 켜 두었던 불씨를
푹 불어 꺼뜨리고
B고층 APT가 하늘까지 치솟고 있다.
빈 벌판에 목발 짚은 나무가 걸어온다
땀 흘리며 피 흘리며 걸어온다
뒤돌아보면 반딧불 반짝이던 옛 오솔길이
산모퉁이에 꼬리를 사리는데
오늘은 봄비가 실실이 내리고 꽃샘추위가
살 속을 파고든다
B아파트 단지가 마을 안에 들어선다는데
아름드리 마을 파수꾼들은 심장을 허옇게 들어내고
트럭에 실려 대처로 나간다
나무의 버려진 생을 막 구겨 넣은 다리긴
무덤 그 위로 새들이 천국과 지옥으로
갈라져 날아간다
나무의 마음속에 오래 켜 두었던 불씨를
푹 불어 꺼뜨리고
B고층 APT가 하늘까지 치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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