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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호1998년 [시-지영희]날개 없는 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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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542회 작성일 05-03-25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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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영옥이와 그 아들을 위해
처음부터 그녀의 아들이 지체장애자는 아니었다. 첫딸 후 기다리던
아들, 행복이었다.

그녀
조금씩 내 생활도 괜찮을까 싶어 꽃꽂이 배우러 다녔지 행복에 한 송
이씩 장식 할 때마다 아이의 체기 쯤은 토하는 것 쯤은 누구나 겪는
일이라 했지 고열이 끝내 이 병원 저 병원으로 끌고 다닐 즈음 아이
는 지체부자유아로 되버린거야 기막혔지 가능성이 지독한 절망일 줄
이야……. 모두에게 그년이 되었지

파티
포기한지 몇 해 안돼 남편은 회사 그만두고 아이는 파티를 좋아해 간
식을 내줘도 파티해? 주스 한 잔에도 파티해? 똥 오줌 받아내며 하
루종일 시달리다 깜빡 졸기라도 치면 파티해 파티해 그래 이것이 다
파티가 아니겠어

축복
휠체어에 8살 먹은 아이를 태우고 일주일에 두어 번 강릉오성학교로
가 머리는 아주 망가지지 않았다 싶어서 그래도 정상아들과 놀고 싶
어해 동네 아이들 모아 점심 간식 해 주며 놀라하면 먹고는 그냥 다
가기 일쑤 그 아이들인들 뭐가 재미있겠어 市長을 찾아갔지 장애아
들 끼리만이라도 모여 놀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해 주십사고 몇 개월
후면 생길 거야 그래서 더 기쁘게 살아 누군가 그랬어 위안이 된다구

내 삶이 자기에겐 위안이래 축복이지
숨은 그림
한동안씩 금욕하고 살아 아이를 위해 아니 왜……. 그래 며칠 전엔
지쳐 일찍 누운 내 뒤에 와 주절 주절 얘기하다 한탕했지 이상해 벗
어나려고 발버둥치면 다시 묶는 계기가 생기고 남편과 이야기했어
아무래도 우리에게 합당해서 주시는 일인 가보다구 받아들이자구 아
무렇지 않게 보이려 불안했던 한 때에 비해서 그대로 받아들이고 내
보이니 모두가 행복해졌어 행복은 참 묘한데 숨어있어 왜 있을 법한
곳에 눈을 뒤집고 찾아도 보이지 않던 그림이 다른 걸 찾다 우연히
번쩍 띄는 그 기쁨 숨은 그림 찾기 말이야

천사
내 어깨 우람하지 너 이거 아니 나를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
선천성 장애아 엄마들. 우리 아이가 세 살 때까지 정상이였다고 가슴
터질 일이지 희망이란 것이 습기처럼 떠다니다 틈만 나면 이슬로 흔
들리고는 곧 까칠하게 증발하곤 해(증발되고 없는 날개 그러고도 환
한 얼굴로 평온할 수 있다니…… 날. 개. 없. 는. 천. 사)
처음부터 그녀가 그런건 아니다. 아이를 돌볼 수 있게 건강해서, 가
끔 고열로 심하게 아플 때 같이 울 수 있어서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