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뫼 호수별 보기

30호2000년 [시-박명자] 깊은 겨울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584회 작성일 05-04-04 11:39

본문

깊은 겨울


이 강산에 깊은 겨울이 깃을 폈다.
눈 위를 맨발로 걸어가던 나무들이
잔가지를 흔들어 눈꽃을 날린다.

소나무 숲길에 숨어있던
태고의 시간이 걸어 나온다

중생대의 짐승들이 건너간 듯
높고 낮은 발자국들이 길을 만들었다.

아직 때가 이르지만 나는
오두막에 불한점 밝히고
두루마리 화선지를 펴리라

어김없이 내가 적는
덧없는 긴 긴 사연

지나간 빛 부시던 계절이
창으로 스며들어 머리 결을 안개처럼 감싸준다
겨울밤은 깊고
누구인가 문밖에 오랜 시간
오버 깃을 세우고 서성이는 한 사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