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호2000년 [시-박명자] 깊은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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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겨울
이 강산에 깊은 겨울이 깃을 폈다.
눈 위를 맨발로 걸어가던 나무들이
잔가지를 흔들어 눈꽃을 날린다.
소나무 숲길에 숨어있던
태고의 시간이 걸어 나온다
중생대의 짐승들이 건너간 듯
높고 낮은 발자국들이 길을 만들었다.
아직 때가 이르지만 나는
오두막에 불한점 밝히고
두루마리 화선지를 펴리라
어김없이 내가 적는
덧없는 긴 긴 사연
지나간 빛 부시던 계절이
창으로 스며들어 머리 결을 안개처럼 감싸준다
겨울밤은 깊고
누구인가 문밖에 오랜 시간
오버 깃을 세우고 서성이는 한 사람 …
이 강산에 깊은 겨울이 깃을 폈다.
눈 위를 맨발로 걸어가던 나무들이
잔가지를 흔들어 눈꽃을 날린다.
소나무 숲길에 숨어있던
태고의 시간이 걸어 나온다
중생대의 짐승들이 건너간 듯
높고 낮은 발자국들이 길을 만들었다.
아직 때가 이르지만 나는
오두막에 불한점 밝히고
두루마리 화선지를 펴리라
어김없이 내가 적는
덧없는 긴 긴 사연
지나간 빛 부시던 계절이
창으로 스며들어 머리 결을 안개처럼 감싸준다
겨울밤은 깊고
누구인가 문밖에 오랜 시간
오버 깃을 세우고 서성이는 한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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