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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호2000년 [사-박명자] 밀리는 나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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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634회 작성일 05-04-04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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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는 나무들


요즘 나무들은 바람이 불지 않는 날에도
한 쪽으로 밀리운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계절의 꽃숭어리 가슴에
가득 달고 나무들이 세파에 밀리운다

백년 묵은 나무인가
오백년 살아온 나무인가 묻지 않고
서퍼런 지폐와 몸이 바뀐다.

이 마을에 새 APT단지가 들어오면서 나무들이
한차례 수난의 시대를 맞는다.

지난 겨울 고독의 늪 건너오며
영혼 구석까지 한기로 서성이던 나무의 상처…

나무들이 밀리기 시작하자 시간의 나이테들도
와그르르 무너져 흩어졌다.
새들도 둥지를 잃었다.

산마루 저쪽엔 오늘 마른 번개
밀리우는 나무들 가슴에서 하얀 밥풀같은
꽃숭어리가 하르르 눈물처럼 떨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