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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호2001년 [시-박명자]태양의 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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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544회 작성일 05-04-04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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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月의 정오
태양이 직각으로 바다에 떨어져 눈부시다
이 시간 바다는 진한 향내를 풍기며
고생대 즘생처럼 온몸 꿈틀거린다
안으로 흥분을 잠재우는 바다…

금빛 태양조각을 입안 가득 깨물고
바다는 기쁨으로 다시 출렁거린다

뭍에까지 혓바닥을 널름거린다
채머리 흔들며 드디어 피를 보고 돌아 나간다

태양의 포옹 속에서 바다는 희열을 참지 못하고
그 절정에서 몸을 뒤척인다

갈기를 다시 흔들며 돌아나가는 바다
청, 백 양극으로 일제히 갈라섰다가
다시 포효하며 합류한다

이 시간 바다는 원시의 즘생
날카로운 잇발로 깃발 흔들며 궐기한다

진한 향내를 진동시키고
호흡운동을 빠르게 진행시키는 바다.

시간 위에서 살아 꿈틀대는 욕정의 바다만이
태양의 축배를 가슴에 껴안는다

오직 살아있는 생명체만이 폐유를 걷어 내고
찬란한 금빛 태양의 축배를 가슴 가득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