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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호2001년 [시-김향숙]서울로 가는 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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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411회 작성일 05-04-04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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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마을을 떠난 이후 그대 아직 무사한지
마흔 해가 넘도록
숫자 대신 파도가 세월을 세는 바다 보이는 창가에서
글이나 쓰며 살다가
파도대신 현란한 문명이 넘실대는 서울에서 살아보니 어떻던가
처음엔 시도 때도 없이 가슴속을 고래가 헤 젓고 다닌다더니
지금쯤 어쩌다 날치 한 두 마리 튀어 오르기라도 하는 건지

발목 잠기어 주운 다시마, 조개로 국을 끓이는 저녁
삼겹살구이 집에서 저녁 먹고 빗 길에 집으로 돌아온다며
바다의 안부를 묻는 전화가 왔다
-소나기에도 파도소리가 없어-
목소리로는 아직 견딜 만 해 보였는데
어두워오는 창 밖의 바다가 자꾸만 선을 고쳐 긋는다
고래가 떼를 지어 서울로 가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