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호2001년 [시-김향숙]실직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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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추위에 수도가 얼었다
한 밤중 마당에서 수도관을 녹이느라 애쓰는 남편 뒤에서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같이 떨고 선 아내의 빈 커피 잔에
제대로 못 하나 박을 줄도 모르는
마흔 다섯 나이의
밤 열 한 시의
체감온도 영하 사십 도의 남자가
더 이상 오를 수도 내려갈 수도 없는
빙벽폭포에 매달려 어른거린다
헛도는 수도꼭지의 기가 막힌 숨통
서로의 심장이 충격요법으로 담금질 당하는 동안
연신 시퍼런 톱날을 그으며 지나가던 바람에
빈 커피 잔 두 개가 언 이를 부딪히며
아내의 기도를 따라가는 동안
수도관 속 어디선가
숨을 참으며
물은 얼음을 밀어오고 있을 것이다
얼음은 순한 물길이 되고 싶을 것이다.
한 밤중 마당에서 수도관을 녹이느라 애쓰는 남편 뒤에서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같이 떨고 선 아내의 빈 커피 잔에
제대로 못 하나 박을 줄도 모르는
마흔 다섯 나이의
밤 열 한 시의
체감온도 영하 사십 도의 남자가
더 이상 오를 수도 내려갈 수도 없는
빙벽폭포에 매달려 어른거린다
헛도는 수도꼭지의 기가 막힌 숨통
서로의 심장이 충격요법으로 담금질 당하는 동안
연신 시퍼런 톱날을 그으며 지나가던 바람에
빈 커피 잔 두 개가 언 이를 부딪히며
아내의 기도를 따라가는 동안
수도관 속 어디선가
숨을 참으며
물은 얼음을 밀어오고 있을 것이다
얼음은 순한 물길이 되고 싶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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