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호2001년 [시-김향숙]늙은 노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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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는 배들을 끌어안고
건물은 간판들을 붙들고 섰다
서로 산발한 머리카락 마주보며
나무들도 웃고 있다
가볍고 뿌리가 없는 것들만
자신도 알 수 없는 곳으로
구르고 부딪히고 날아오르고 곤두박질 하다가
때로는 버려진 채 널브러져 있다
꿈속에선 늘 돌아가는 길이 보이고
그곳을 향한 뿌리 밤마다 한 뼘씩 키워 가는데
잠 깨면 다시 하룻길을 떠밀리는 힘겨운 간격
뱀 굴 같은 지하 역
마지막 전철의 고단한 한숨을
헌 신문지로 훌훌 털어 덮고
거머쥘 뿌리 하나 키우는 꿈을 청해 눕는다
건물은 간판들을 붙들고 섰다
서로 산발한 머리카락 마주보며
나무들도 웃고 있다
가볍고 뿌리가 없는 것들만
자신도 알 수 없는 곳으로
구르고 부딪히고 날아오르고 곤두박질 하다가
때로는 버려진 채 널브러져 있다
꿈속에선 늘 돌아가는 길이 보이고
그곳을 향한 뿌리 밤마다 한 뼘씩 키워 가는데
잠 깨면 다시 하룻길을 떠밀리는 힘겨운 간격
뱀 굴 같은 지하 역
마지막 전철의 고단한 한숨을
헌 신문지로 훌훌 털어 덮고
거머쥘 뿌리 하나 키우는 꿈을 청해 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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