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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호1998년 [시-지영희]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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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566회 작성일 05-03-25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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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가 울리지 않는 날에는
촛불을 켭니다
첼로 선율이 빗어 내리는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타오르는 번잡함을 바라봅니다
고뇌가 아름다움이 되어 울리고
아름다움이 고뇌를 쓸어 내리는 데는
얼마나 많은 것들이 삭아야 할는지
가끔
밝은 눈 하나 뜨고 세상을 보려 합니다만
바로 앞도 비추지 못하고
그저 제 몸 하나 드러낼 어둠을 찾느라 급급합니다
창으로 보이는 속초 앞바다
파도의 눈들이 번득이는
저 바다로 나가려면
얼마나 나를 녹여 비워야 할는지
하늘 가린 곳 없는 저 곳으로
굳은 몸에 밝힌 눈이 자꾸만 찢어집니다
내 안에 소리가 울리지 않는 날에는